흔히 마케팅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PLC는 제품 수명 주기를 의미한다. 

풀어쓰자면 Product Life cycle 인데, 이게 게임 개발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과거의 콘솔 / 패키지 게임의 경우에는 출시가 곧 개발 종료였지만 

온라인게임으로 넘어오면서 오픈 이후의 개발이 성공의 화두로 제시되었다.

이는 모바일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개발이 반이고 나머지가 서비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충분하지 못한 개발 기간으로 인해 대부분의 게임은 미성숙된 상태로 출시되었고

오픈 이후 대부분의 주요 콘텐츠들이 후속 개발되어 

출시 1년이 지나야 그럴 듯한 모양새를 갖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발 자체도 힘들고 고된 여정인데, 오픈 이후는 더 큰 작업들이 남아있었고

항상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 같은 후회를 반복했다.

왜,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을까?

어쨰서 오픈만 하면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한 걸까?


당연하게도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 자체가 없었던 거지만,

그렇기에 언제나 마무리가 미흡했던 것 같다.

초반에 큰 기대를 모아도, 중반에 금새 유저들이 빠져나가거나

충분히 예상했던 문제들, 하지만 아직 해결책을 준비하지 않은 그런 문제들로

유저들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개발을 하면서 이 사태에 대해 미리 준비할 수 있을까?

마케팅에서 말하는 PLC를 게임 PLC로 대입할 수 없을까?


게임과 일반 제품의 차이점은 

일반 제품 PLC는 완성된 제품이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다룬 것인 반면 

게임에서는 PLC 과정에 따라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제품이 서비스되면서 점점 성숙되어야 한다는 거고, 

이게 개발 단계부터 고려되서 개발에 병행되어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 게임  PLC의 도입기 

흔히 말하는 출시, 오픈이다.

최초 시장에 나오는 날 것의 게임이다.

아직 미성숙되어 있지만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매력과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콘텐츠의 미성숙과는 달리 기술적으로는 성숙되어 있어야 한다.

기기 최적화 문제, 서버 문제 (아이템 유실 등은 치명적), 로딩 문제 등은 언제나 오픈 초기의 골치거리가 된다.


# 게임  PLC의 성장기

본격적인 라이브 운영 기간이다.

초기에 계획한 완전한 게임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 콘텐츠의 추가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력관리인데, 흔히 초반 개발 인력을 오픈 후 홀대해 내보내는 게 많은데

그렇게 되었을 경우 게임의 본질이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 변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개발 단계부터 라이브 운영 단계에 어떤 것들을 준비해서 단계적으로 업데이트할지 세부 계획이 필요하고

해당 개발의 코어 인력에 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품은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성장도 그러하듯이

게임의 성장도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보다 더 좋은 게임/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서는 유저들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유저들의 생각과 의견을 현명하게 흡수하는 것은 계획된 개발을 하는 것보다 때론 효과적일 때가 많다.

개발의 축을 확실히 잡고만 있다면 유저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게임을 예상치 못한 풍성함으로 가득 채울 수도 있다.


# 게임 PLC의 성숙기 

계획된 추가 개발을 완료한 상태.

보통 서비스 1~2년째가 되면 이 상태에 들어서게 되는 것 같다.

이때는 기존 유저를 위한 지속적인 순환형 목표 제시가 필요하고

동시에 신규 유저에 대한 집중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게임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이른바 뉴비들이 적응하기 힘들어지는데

장수한 많은 게임들은 이 시기에 뉴비들이 게임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완성된 게임에 계속해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게 정기적인 리플레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디아블로의 시즌 추가나 오버워치의 영웅 추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 게임 PLC의 쇠퇴기

안타깝게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제 아무리 명작이라 추앙받는 게임이라도 (설사 디아블로나 WOW도) 언젠가는 끝난다.

게임성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현저하게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더라도 두번째 르네상스를 가져오긴 힘들다.

이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명확히 인지했다면 이때부터는 개발 스탠스를 바꿔야 한다.

개발 비용을 줄인 상태에서 기존 유저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업데이트나 운영에 대해 효율성을 많이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단, 기존 유저들의 게임/ 개발사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평판 전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잊지 말아야 한다.

자칫 이 기간에 게임을 성급하게 접어버리거나 운영을 소홀히 하면 그 비난은 고스란이 개발사에게 돌아오고

이는 저주처럼 다음 게임까지 따라 붙는 경우가 있다. 

몇 안되는 신규 유저들보다는 남아있는 충성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게임 개발에서 업데이트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정리한 글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러한 고민을 하고 개발을 하는 것과

고민 없이 개발 하는 것에는 분명한 결과물의 차이가 있으이라 확신하다.

물론 그 결과물은 게임의 출시가 아니다.

개발한 게임을 출시하고, 서비스하고, 종료하는 그 일련의 과정

그것이야 말로 하나의 개발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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